시놉시스
1972년 2월의 어느 날, 배우 마씨모 사르끼엘리는 로마나보나 광장의 한 카페에서 안나라는 이름의 소녀를 만난다. 당시 열여섯 살이었던 그녀는 임신 8개월 째였고 보호시설에서 도망쳐 나와 머무를 곳도 없이 거리를 떠돌고 있었다. 그녀를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와 보살피던 사르끼엘리는 친구 알베르토 그리피에게 연락해 그녀에 관한 영화를 함께 만들어 보자고 제안한다. 파운드 푸티지 영화 <불확실한 검증 LaVerificaIncerta>(1964) 으로 이탈리아 실험영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던 그리피는 당시 여러 예술가들이 그 미학적 가능성을 실험 중이었던 비디오를 활용해 그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오픈릴 방식의 비디오레코더로 촬영된 최초의 이탈리아 영화-이는 다시 그리피가 직접 개발한 ‘비디 그라포’라는 장비를 통해 16mm로 전환 되었다-이자 다이렉트 시네마와 시네마 베리테의 유산을 계승하며 그것을 한계에까지 밀어붙인 걸작 <안나>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들은 우선 사르끼엘리가 나보나 광장의 카페에서 안나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재연하는 것으로 시작했고 이는 <안나>의 도입부를 이룬다. 이후 영화는 안나가 머물게 된 사르끼 엘리의 집과 나보나 광장을 오가며 전개되는데, 사르끼엘리의 아파트에서는 비디오라는 기록 매체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여 앤디워홀의 영화를 방불케 할 만큼의 냉담한 집요함(callous obstinacy)으로 안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 -특히 이가 들끓는 안나가 사르끼엘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샤워하는 모습을 거의 외설적으로 느껴질 만큼 적나라하게 기록한 악명높은 장면은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보는 이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하고 있는 반면, 나보나 광장에서는 그곳을 배회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이들이 정치사회적 현안 혹은 안나와 관련된 문제를 두고 벌이는 논쟁, 가정주부의 인권을 부르짖는 여성주의 단체의 집회 등 당대 이탈리아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여러 광경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이탈리아 1977년 운동을 가능케 한 분위기를 포착한(혹은 예견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프랑스 68혁명에 앞서 만들어진 장루슈와 에드가 모랭의 <여름의 연대기 Chronique d ’un été>(1961)나 크리스 마르케의 <아름다운 오월 Lejolimai>(1963)같은 영화들과 비교되기도 하지만, <안나>의 ‘정치적 미학’은 워홀의 <블루 무비 Blue Movie>(1969) -비바(Viva)와 루 이스 월든(LouisWaldon)이 무좀과 임질에서부터 베트남전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섹스하고 샤워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 -,하라 가즈오의 <극사적 에로스 Extreme Private Eros: Love Song>(1974)그리고 1960년대와 70년대 미국 좌파의 인류학적 보고서라 할 로버트 크레이머와 존 더글러스의 <마일스톤즈 Milestones>(1975)사이에서 진동하고 또 표류한다 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안나>는 정치의 가능성을 다시 발견하기 위해 ‘극사적’(極私的) 영역을 포괄하는 ‘일상생활의 실천’(the practice of everyday life)에 대한 다큐멘터리적 세사(細査)로 향하지만, 이는 돌발적인 사건 (안나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며 불현듯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빈첸조(Vincenzo)라는 이름의 스태프)에 의 해 굴절되는가 하면 주인공의 반발(출산장면의 촬영을 거부하는 안나)에 의해 가로막힌다. <안나>는 제도(institution)에 반발하거나 거기서 일탈한 이들(안나와 나보나 광장의 청년들) 주변을 집요하게 맴도는 영화이고 영화의 제작방식 또한 사뭇 반제도적이었지만, 사실 그리피와 사르끼엘 리가 안나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끌어들인 조건들(사르끼엘리의 아파트, 장시간 촬영이 가능한 비디오, 사실의 기록과 분리 불가능한 구성적 요소(structuralelement)로서 재연의 활 용)은 이미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제도로 기능한다. 감독들이 염두에 두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빈첸조와 안나에 의한 영화의 굴절과 중단은 영화제작에 수반되는 불가피한 제도에 대한 인간적 저항으로서, 1970년대 이탈리아의 정치적 지형에 상응하는 진정한 영화적 특이점들(singularpoints)이 된다. 보다 간명하게 말 하자면, <안나>는 그 실패를 통해 저항을 증거하는 영화다. 소설가 레이첼 커쉬너(RachelKushner)가 『아트포럼 Artforum』에 기고한 글에서 적절히 지적했듯, 그리피와 사르끼엘리의 영화에서 안나라는 인물은 1970년대“ 노동계급의 물질적 조건에서 히피, 학생, 비정규직 노동자, 마약중독자 그리고 여타 소외된 자들의 세계로의, 이탈리아 좌파의 구성상의 변화를 나타내는 징후” (a symptom of the shift in the composition of the Italian Left, from the material conditions of the working class to a world of hippies, students, precarious workers, drug addicts, and other emarginati)로서 읽힐 수 있다.
<안나>는 1975년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되었고 이듬해에는 칸영화제와 베니스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후로 무려 40여년 동안 이 영화는 이탈리아 영화계의 몇몇 이들에게는 전설처럼 떠도는 영화가 되었고 이탈리아 바깥에서는 거의 완전히 망각 속에 파묻혔다.(<안나>가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디지털 복원판이 2011년 베니스영화제 및 2012년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상영되면서 부터다.) 이 영화에 얽힌 불운은 이것만이 아니다. 영화를 공동연출한 그리피와 사르끼엘리는 크레딧 문제 -사람들은 이 영화를 전적으로 그리피의 것으로 간주하곤 했다 –로 갈라섰고, 안나는 빈첸조에게 아이를 떠넘기고 사라진 뒤 결국 로마의 정신병동에 입원했으며 그 이후 소식은 (지금까지도)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빈첸조는 한 싸움에 말려들었다 살해되었다. 두 명의 감독은 이 영화가 다시 빛을 보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리피는 2007년에, 사르끼엘리는 2010년에 사망했다.)마치 흡혈귀처럼, <안나>는 그와 연루된 이들의 생을 박탈함으로써 육신을 얻었고, 오랜기간 어둠속에 잠들어 있다가, 홀연히 깨어나 우리 앞에 나타났다. (유운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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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그리피
Alberto GRIFI알베르토 그리피 감독은 초기 이탈리아 실험영화계를 이끄는 감독 중 한명으로 알려져 있다.특수한 촬영 카메라를 만드는 아버지 덕분에 비교적 이른 나이에 영화계에 입문한 감독은 그림과 사진을 즐겼고, 자신의 무한한 상상을 설명할 수 있는 비디오 기법을 발전시켜나갔다. 마씨 모사르끼 엘리와 함께 제작한 다큐멘터리<안나>는 1975년 베를린영화제, 이듬해에는 칸영화제와 베니스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Verifica incerta (1964)
Transfert per kamera verso Virulentia (1966-67)
Il grande freddo (1971)
Anna (1972-75)
Il festival del proletariato giovanile al Parco Lambro (1976)
Lia (1977)
Michele alla ricerca della felicità (1978)
Dinni e la normalina (1978)
A proposito degli effetti speciali (2001)
Autoritratto Auschwitz/L’occhio è per così dire l’evoluzione biologica di una lagrima (1965/68-2007)
In viaggio con Patrizia (1966/67-2007) -
마씨모 사르끼엘리
Massimo SARCHIELLI1931년 이탈리아 피렌체 출생. <로렌조의 밤>(1982), <레이디호크>(1985), <투스카니의 태양>(2003)으로 잘 알려진 배우이다. 알베르토 그리피와 함게 연출한 다큐멘터리 <안나>는 1975년 베를린영화제, 1976년 칸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2010년 5월 11일 로마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Alberto Grifi a Visioni Sconsigliate (2011)
L’occhio è per così dire l’evoluzione biologica di una lacrima e autoritratto Auschwitz (2007)
Nudi verso la follia (2004)
Giravolte (2001)
A proposito degli effetti speciali (2001)
Ma chi è questo Grifi? (1998)
Addo’ sta Rossellini? (1997)
In viaggio con Patrizia (1995)
Un bacio non uccide (1994)
Leoncavallo, i giorni dello sgombero (1994)
La nostra anima (1987)
A partire dal dolce (1979)
Il preteso corpo (1977)
Lia (1977)
Il Festival del proletariato giovanile al Parco Lambro (1976)
Anna (1975)
Credits
- DIRECTOR/PRODUCER Alberto GRIFI, Massimo SARCHIELLI
- CINEMATOGRAPHER Alberto GRIFI, Mario GIANNI, Raoul CALABRO
- CAST Massimo SARCHIELLI, Vincenzo MAZZA, Stefano CATTAROSSI, Louis WALDON, Jane FONDA, Ivano URBAN
- SOUND Raoul CALABRO, Agostini, Ponchia
Production Company
- Production Company Cineteca di Bologna
Contact
- Contact Cineteca di Bologna
- Tel 39 051 6018607
- Email camen.accaputo@cineteca.bologna.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