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이스라엘에 의해 체포되어 15년 동안 감옥에 있으며 온갖 고문과 비인간적 상황을 겪었던 한 인물의 담담한 이야기를 따라가는 <함단>의 러닝타임 75분은 잔잔하면서도 견디기 힘든 시간이다. 2차 대전 후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야 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 그들은 자신들의 땅을 빼앗은 이스라엘에 끊임없이 저항했지만, 강 한 ‘선민 의식’으로 무장한 그들의 탄압은 무자비했다. 저항 조직의 리더였던 함단. 그는 폭발물을 국경 너머로 이동시키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예상치 못한 일을 겪게 되고, 결국 긴 세월 동안 감옥에 갇히게 된다. 이 영화가 고통을 형상화하는 방식은, 마치 알렝 레네의 <밤과 안개>를 연상시킨다. 정적인 화면으로 느릿느릿 진행되는 <함단>이 담아내는 공 간적 이미지는 서정적이면서도 끊임없이 과거를 환기시키고, 아무 감정 없이 진행되는 함단의 내레이션과 결합되어 관객을 끊임없이 사유하게 한다. 이 영화가 인물을 담아내 는 방법은 매우 인상적인데, 그들은 그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그저 그 ‘존재’를 드러낼 뿐이다. 함단은 과거 감옥에서의 동료들 이름을 호명한다. 이때 이젠 노인이 된 그들의 주름진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담은 화면이 이어진다. 이 장면은 매우 간결하면서도 압도적이다. 그들의 얼굴에 담긴 세월의 무게 때문이다. 이처럼 <함단>은 어떤 ‘시간’을 견뎌낸 피사체의 가치와 그 의미를 잘 알고 있으며, 카메라는 과거 그가 거쳤던 고통의 공간과 여정을 복기하듯 담아낸다. 함단의 삶은 비극의 역사 속에서 철저히 파괴되어 잔해가 되었 다. 그럼에도 그는 살아남았다는 것에 의미를 두며, 조용히 반문한다. 인간은 어디까지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 이것은 아직도 어리석은 역사를 반복하고 있는 중동 및 분쟁 지역 의 민중들에겐 진정 고통스러운 현재 진행형의 질문이며, 인간의 실존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다. (김형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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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솔라
Martín SOLÁ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다큐멘터리 연출을 공부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C.I.E.V.Y.C 영화 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제작사에서 카메라맨으로 일했 다. 2008년부터 바르셀로나, 마드리드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영화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연출작으로 <디너 앳 더 패밀리 홈>, <클로그즈 박스>, <메시지> 와 <함 단>이 있다.
Hamdan (2013)
Messenge (2011)
Closed Box (2008)
Diner at the family home (2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