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분식점을 하는, 그림을 좋아하는, 주부로 살아가는 세 할머니가 있다. 이들은 사라지고 있는 경기 북부지역 미군 기지촌에서 “양색시”로 살아온 이들이다. 영화는 세 인물이 밥 먹고, 폐휴지 줍고, 빨래하는 소소한 일상을 따라간다. 그리고 그 모습 위로 이들 각자가 살아온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겹쳐 놓는다. 독자적인 에피소드로 구성된 듯한 세 할머니의 이야기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묘한 흐름과 리듬으로 현재와 기억, 공간과 시간 나아가 실재와 허구를 혼재시키며 연결된다. 분식점 박묘연 할머니가 담담하게 풀어내는 진술(!)은 거리를 헤매며 폐휴지를 줍는 박인순 할머니의 분노의 웅얼거림으로 이어지고, 흑인 혼혈 안성자 할머니의 가상의 내레이션은 폐허가 된 공간속에서 과거의 기억으로 부유하면서 다시 박묘연 할머니와 박인순 할머니의 삶과 조우한다. 그래서 일까. 조용히 응시하던 카메라가 점차 영화 속 공간을 부유하기 시작하고, 독자적인 에피소드로 구축된 세 할머니의 모습이 어느새 한 화면 안에서 서로 스쳐가도 별로 낯설지가 않다. 아니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과거 기억에 부유하던 안성자 할머니가 박인순 할머니가 공원에서 그림 그리는 장면 안으로 들어올 때나 박묘연 할머니 분식점으로 안성자 할머니가 들어올때, 박묘연 할머니의 기억 속 버려진 아이를 불러올 때 영화는 현실과 기억 그리고 그 세월이 모두 얽혀 하나의 덩어리가 된다. 사라지는 공간속에 사라지는 기억을 담아내는 영화적 역사 쓰기랄까? 10년 이상 기지촌 여성들과 작업을 해온 김동령, 박경태 감독은<거미의 땅>을 통해 다시 기지촌을 담아낸다. 그리고 이번에는 사라져가는 생존자들의 이야기만큼이나 그 생존자들을 배태하고 배격하고 그리고도 배회하게 하는 기지촌 공간에도 주목한다. 이름 하여 “거미의 땅” 두 감독은 개미처럼 일하고 거미처럼 사라져간 기지촌 사람들과 그 공간을, 다년간 작업한 활동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공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묘사한다. 개인의 기억을 통해 거대했던 기지촌 공간의 흔적을 더듬으면서 배제된 혹은 망각된 한국 근현대사의 한 부분을 복구하고 재창조하며 오늘과 이어내는 방식이 탁월하다. (이승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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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태
PARK Kyoung-tae동국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 졸업. 현재 파리 8대학에서 영화학 석사과정 중이다. 다큐멘터리<나와 부엉이>와 <있다>를 통해 기지촌 생존자들에 대한 작업을 해왔다.
<거미의 땅> Tour of Duty (2012)
<사당동 더하기22> A Nice Place (2009)
<노병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Veteran Does Not Disappear, Just(2008) -
김동령
KIM Dong-ryung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했고, 현재 파리 제8 대학에서 영화학 석사과정 중이다. 2008년 쇠락한 미군기지촌으로 유입된 외국인 여성들의 삶을 다룬 <아메리칸 앨리>연출하였다.
<거미의 땅> Tour of Duty (2012)
<아메리칸 앨리> American Alley (2008)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 (2008)
Credits
- DIRECTOR KIM Dong-ryung, PARK Kyoung-tae
- PRODUCER AN Bo-young
- CINEMATOGRAPHER YOON Jong-ho, KIM Dong-ryung, PARK Kyoung-tae, JANG Ji-nam
- EDITOR KIM Dong-ryung, PARK Kyoung-tae
- SOUND Soun d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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