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현이들 The Part-Time Workers’ Union
윤가현 Yun Ga-hyun
Koreaㅣ2016ㅣ78minㅣDCPㅣColorㅣWorld Premiere
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가현이들> Q&A
‘알바천국‘ 대한민국. 누구나 한번쯤 방학기간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 용돈, 여행비를 마련했던 경함이 있을텐데요. 8년동안 알바를 하며 알바’노동자‘로 전락한 실태를 ’유쾌한 반란’으로 보여주는 영화<가현이들>의 관객과의 대화에 다녀왔습니다. 관객의 많은 공감을 끌어낸 다큐멘터리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시간은 계속되었답니다. 전국에 <가연이들> 영화가 상영되어 아르바이트 환경이 조금 더 나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 일시: 9월 23일(금) 17:00
- 장소: 백석 메가박스 7관
- 모더레이터: 이영주 (인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 게스트: 윤가현(감독)

이영주 인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이하 이영주): 첫 영화인만큼 많이 떨리실 것 같아요. 알바노조 활동가 이셨다가 잠시 활동을 접고 영화를 찍으신 걸로 보이는데, 다큐멘터리를 찍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윤가현 감독(이하 윤가현): 아주 우연한 계기였는데요, 김미례 감독님의 <외박>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어요. <카트>라는 영화아시죠? 홈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 였는데 충격이었어요. 파업에 관한 내용뿐 아니라 여성과 노동자에 관한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들어있는걸 보고 ‘다큐멘터리를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충동적으로 들었던 것 같아요. ‘알바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보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영주: 알바노조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주인공을 ‘가현이들’로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윤가현: 일단은 알바노조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은 건 확실했는데 인물을 정하지 못했었어요. 이건 가현이들도 모르는 얘기인데, 처음에 몰래 가현이들을 주인공으로 기획안을 썼었어요. 영화에서 보시다시피 가현이들은 알바노조에서 가장 열심히 싸웠는데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은 싸우는 과정이 아니라 ‘알바노동‘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결과적으로는 가현이 두 명의 알바노조 투쟁과정과 제가 생각하는 ’알바노동‘에 대한 생각을 다뤄서 세 가현이들의 이야기로 만들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가현이들>로 정했어요.
이영주: 앞으로 세 번의 상영이 남았는데, 그 중 한번은 주인공인 가현이들이 손님으로 찾아준다고 하니까요, 잊지 마시고 참여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첫 다큐멘터리인데 다큐멘터리라는 것이 어떤 한 대상을 끊임없이 쫓아다니고 관찰해야 하잖아요. 담아내고, 그걸로 이야기를 엮어나간다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윤가현: 피디님께 감사한 것이 이 영화를 만드는데 까지 1년 정도 걸렸는데 편집에만 7개월이 걸려서 많이 힘들었어요. 구성부터 편집하는 기간이 너무 길고 힘들어서 ‘다시는 작업을 하지 않을 거다. 이건 유작이다.’ 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완성되고 나서 많이 봐주시고 응원해주시니까 좋네요. 제가 26년 살아오면서 포기를 굉장히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는 제가 포기하지 않은 첫 번째이기 때문에 스스로 칭찬도 많이 해주고 싶고 성취감도 들어요. 좋은 경험이어서 한 작품 정도는 더 해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영주: 그 한 작품을 어떤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싶다 라는 생각 있으신가요?
윤가현: 꾸미기 노동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은데요, 우리가 알바를 할 때 의무적으로 화장을 하고 머리망이나 유니폼을 입는데 이런 것들을 준비시간으로 생각하지 않죠. 화장을 하는 것이나 구두도 자기 돈으로 사오는 것도 업무지시의 일종이고 회사가 그 비용을 지급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것과 동시에 요즘 큰 이슈인 여성혐오와 엮어서 만들어 보고 싶어요.
관객: 저는 감독님에 대해 조금 개인적인 것이 궁금했는데요.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기간이 2-3년 정도 되잖아요, 감독님이 영화를 편집하실 때 이 긴 기간을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영화 작업을 마치신 지금, 어떤 생각이 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윤가현: 영화를 마치고 피디님이랑 이야기하면서 ‘아, 어쩌면 내가 위로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마지막에도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의 한 시간, 나의 직업 그리고 가장 소중한 나를 만들어나가자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8년 동안 알바를 해온 저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편집 중에 제가 찍지 않은 오래된 장면들을 다시 보고 찾아야 했던 과정들이 오래 걸린 것 같아요. 힘들었지만, 같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이영주: 3년 동안 대답 없는 맥도날드와 싸우는 가현이를 보면서 그게 단순히 복직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자본이 무시한 한 존재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구나. 알바는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인데, 그게 얼마나 가치 있는 건지 얘기하고 싶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쯤에서 이 영화를 어떤 분들과 어떻게 보고 싶은지 얘기해주세요
윤가현: 일단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바 노동자를 많이 만나거든요. 주위에 알바 하는 사람 많잖아요. ‘우리 손녀손자, 딸이 알바를 한다.’ 심지어 요즘은 전 세대를 아울러서 아르바이트를 많이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분들이 보길 바래요. 처음 계획한건 공동체상영을 무조건 많이 하고, 좁고 안보는 지역가지 찾아가서 상영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 목표는 한국에 있는 모든 대학교에서 ‘가현이들’을 상영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할 만큼 욕심이 많거든요. 여러분이 많이 홍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관객: ‘가현이들은 모두 서울에 좋은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왜 이 일을 할까 했는데 나랑 같은 곳에 있더라.’ 라는 말이 궁금하더라고요. 같은 곳 이라는 건 무슨 뜻일지. 개인적인 아쉬움으로는 영화 속 알바노조원들은 다 대학생인데, 청년알바는 대학생이 아닌 사람도 많잖아요. 그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바노조라는 것이 다가갈지 궁금합니다.
윤가현: 대학을 간 사람과 가지 않은 사람들간의 위치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대학에 가지 못한 것에 관한 생각들 때문에 주눅도 들고 활동하면서 대학생 활동가들과 마주치는 게 불편하고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찍으면서 해소된 부분이 있었어요. 가현이들이 대학생이지만 결국 이 친구들이 나와 같은 불안을 안고 있구나, 같은 곳에 있구나, 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청년실업이라는 말에는 비대학생은 없고 모두 대학생이잖아요. 그것과 상관없이 모두가 나와 같구나, 모든 청년세대가 그렇구나. 라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무료상영회를 하면서 비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청년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실제로 하고 있고 미션인 것 같아요.
이영주: 이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처음으로 관객과의 대화를 하셨는데 어떠셨는지 인사말 겸해서 마무리해주세요.
윤가현: 일단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지 몰랐어요. 볼수록 부족한 영화고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지만 질문도 해주시고 감상평도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문도 많이 내주시길 바랍니다!
이영주: 첫발걸음을 내딛은 윤가현 감독님께 박수 보내드리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홍보마케팅팀 자원활동가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