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토크] 다큐초이스 with 요조

201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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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시: 9월 24일(토) 16:00 <책방의 풍경>, <퀴어서점> 상영 후
  • 장소: 메가박스 파주출판도시 3관
  • 모더레이터: 오은 (시인)
  • 게스트: 요조 (싱어송라이터)

 

싱어송 라이터이자, 라디오DJ 그리고 ‘무사’라는 책방의 주인이기도 한 요조 씨와 세 편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왔습니다. 책과 서점에 관한 다큐에 대한 생각과 요조씨의 삶에 대해서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그 현장을 지금 바로 소개해드릴게요!

 

오은 시인: 저는 책에 대한, 서점에 대한 영화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이런 주제를 다룬 영화를 접하게 돼서 흥미로웠는데, 요조씨는 이 세 편의 영화를 고르신 기준이 있으셨나요?

요조: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셨을 때는 아마도 뮤지션으로서의 저를 보시고 음악이라던지 예술에 관련한 다큐를 추천받고 같이 얘기를 나누고 싶으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왠지 예술과 뮤지션에 관한 다큐는 앞으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부터도 다른 책방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책방의 삶에 대한, 다양함에 대한 다큐가 보고 싶어서 제가 먼저 부탁을 드렸어요. ‘저도 잘 모르지만 이런 주제에 관한 다큐를 같이 보고, 얘기 나누고 싶은데요. 추천 좀 해주세요.’ 해서 추천을 받고 고르게 되었어요.

오은: 저는 첫 번째 영화죠, ‘백만 번 산 고양이’를 보면서 연대가 가능 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친구가 제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을 보고 있으면 반갑게 인사하잖아요, ‘어, 나도 그거 읽었는데!’ 이렇게. 이 다큐에서는 그런 걸 넘어서서 책 한권이 가진 가치와 의미가 많은 사람에게 힘을 주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특히 여성으로서의 연대가 느껴졌거든요. 이 영화를 고르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요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인상 깊은 영화였어요. 일단 첫 번째는 오은 시인이 말씀하신 것처럼 책이 가지고 있는 연대의 힘이라는 것에 대해 굉장히 감동을 받았어요. 연대라는 게 책 뿐 만아니라 음악과 영화로서도 가능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책으로 굉장히 조용하게 연대하는 모습이 저에게는 ‘음악으로도 이렇게 할 수 있어.’ 라고 용기와 자극을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마찬가지로 책을 팔고 있는 입장이기도 하다보니까 ‘내가 좋은 책을 팔면서 저 보이지 않는 연대를 끊임없이 만들어 나가는 데에 일조하고 싶다.’ 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책을 통해서 고백하는 여러 캐릭터들이 제가 여성이어서 그런지 하나하나 가깝게 다가왔어요.

오은: 흔히들 우리는 아이들에게는 무럭무럭 자라고 꿈을 가져야한다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영화 속에서는 엄마가 아이에게 죽음에 대한 설명을 차근차근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이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요조씨는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나요?

요조: 일단은 죽음이라는 문제에 접근하는 것도 좋고, 영화 속에서도 등장인물 중 한명이 ‘왜 계속 주인을 싫어할까’ 질문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도 이 책을 보면서 동시에 던졌던 질문이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이런 여러 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졌어요. 정답은 없고 다 다른 것 일 텐데 저는 이 책을 보면서 반대적인 느낌이랄까. 예를 들면 싫음의 좋음 같은 것. 이 책에서 보면 고양이가 만나는 모든 주인을 다 싫어하는데 얼굴을 보면 싫어하는 표정은 아니에요. 이것에 대해 어렴풋하게 느꼈고 마지막에 자기가 정말 사랑했던 고양이를 잃음으로서 슬퍼하는데 그러고는 다시 태어나지 않잖아요. 이제야 완성됐다는 듯이. 충분했다는 뜻이었겠죠.

오은: 그러면 이제 두 번째 다큐이야기를 해볼게요. 책방의풍경이라는 다큐였죠.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책을 사랑하는 여러 방식에 대해 생각을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요조씨는 언제 책과 사랑에 빠지는지, ‘이 책은 내 책이야!’ 라는 기분이 언제 드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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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 아마 여기 계신 분들 가운데서도 그런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 우리가 여행을 가게 될 때 준비물을 챙기면서 책도 고르게 되는데 의외로 그 책을 고르는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이번에 파리 가서 뭐 읽지’ 하면서 책장을 보는데 그게 의외로 오래 걸려요. (오은: 이건 너무 무거워서 안 되고 이런 것.) 맞아요. 그래서인지 그렇게 여행지에 가져간 책은 애착이 남는 것 같아요. 오래기억에 남고. 또 하나는 제가 아름다운 문장, ‘어떻게 내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을까’ 싶은 문장을 만나게 될 때 신체적으로도 변화가 생겨요. 맘에 드는 이성이나 동성을 만났을 때 일어나는 신체적인 변화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비슷한 게 나는데 신기하면서도 짜릿해요.

오은: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자기는 책방을 할 때 책을 잘 만들어진 상품으로 본다고.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상품. 사실 저는 책방 주인이 책을 사랑하기만 해서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요조씨 에게 책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요조: 저는 책방을 한 지 1년 밖에 안 되었는데도 책은 상품이구나, 내가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상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깊이 자리 잡고 있어요. 그리고 요즘에 전자책도 많이 나오지만 책을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요. 책을 읽는 모습도 너무 근사하고 영화에서도 나왔지만 책만이 주는 고유한 냄새, 그런 것도 좋고요. (여러분 전자책 많이 보시나요? (관객: 아니요) 저도 안 보는데 매년 두 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한대요. 누가 보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오은: 그러면 책방에 책을 입고할 때 작은 서점이니까 모든 책을 들여올 수 는 없잖아요. 요조씨 만의 책을 들여오는 특별한 기준이 있을까요?

요조: 아까도 보셨지만 대만에 퀴어 서점이 있고 신촌에 시 전문 서점이 있어요. 이렇게 특화된 서점들과 달리 시작할 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그런 컨셉 없이 온전히 저의 상태에 의존하고 있어요. (이은: 요조의 사심이 들어간?) 네. 제가 재밌게 읽었고 제가 사랑에 빠졌고 아니면 제가 앞으로 읽고 싶은 책들. 그렇다 보니까 되게 아이러니하게 저의 책방에 꽂혀져 있는 책들을 보고 저의 상태를 알게 되요. ‘아, 내가 요즘 이런 상태고 이런 거에 관심이 있고.’ 이런 거를 책장을 보고 알게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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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 마지막 다큐 ‘퀴어 서점에 오신 걸 환영 합니다’를 보면 진진의 서점이 나오잖아요. 이곳은 퀴어 서적을 파는 서점을 넘어서서 이제는 문화해방의 보루, 거점. 이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책방 무사는 10년 뒤 어떤 서점이 되어있으면 좋겠어요? 북촌의 마스코트?

요조: 아쉽게도 임대료 문제도 있고 북촌에서 책방을 계속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이 다큐를 보면서 퀴어 라는 문화에 대해 거부감이나 거리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부분들을 떠나서 10년 동안 자기의 철학을 끊임없이 투쟁적으로 일궈내고 결국은 그 문화를 대표하고 거점이 되는 것을 이뤄 냈다는 게 멋있고 고무적인 일이 아닌가, 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굳이 무사가 아니더라도 ‘서점 이상의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그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도 해요.

오은: 그러면 오늘 마지막 질문을 하기에 앞서서 관객 분들께 질문을 받아서 요조시가 선물로 준비해 오신 ‘백만 번 산 고양이’ 책을 나눠드릴게요. 혹시 요조씨나 다큐에 관한 질문들이 있으신 분들은 손을 들어주세요.

관객: 말씀 중에 북촌에서 계속 책방을 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하셨는데, 다음 책방을 어디서 하게 되실지 궁금해졌고 게릴라처럼 옮겨 다니며 책방을 해주시면 재밌는 일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요조: 그 장소가 빨리 결정 될 것 같지는 않고요. 만약 어디로 옮기게 될지 결정이 되면 이동할 곳에 대해서 전투적으로 홍보할 생각이에요. 아까 말씀하신대로 게릴라처럼 책방 하는 것 도 좋겠다는 생각에는 저도 공감해요. 영화제 마다 기습적으로 가서 영화에 관한 책자를 팔까 하는 생각도 해봤고 내년에는 오프라인에서 책 판매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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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저는 책이 궁금하고 읽고 싶은데 잘 모를 때 동네 책방에서 책을 많이 추천 받는 편이에요. 그래서 요즘 요조씨가 딱 꽂히시는 책이 있으면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 해서 질문 드렸어요.

요조: 저도 책방하면서 이렇게 책을 추천해달라는 손님 분들이 많으셨어요. 그런데 매번 그 질문이 너무 어렵고, 정말 이 분이 좋아할 만한 책을 추천해드려야 하는데 저는 그 분을 잘 모르니까. 눈앞이 캄캄해져요. 그래서 질문을 받으면 요즘 기분이 어떠신지, 시 좋아하시는지, (스무고개를 하시는군요) 네. 어떻게든 쌩뚱 맞지 않은 책을 추천해 드리려고 노력해요. (그러면 요즘 제일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을 추천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아 그럴까요. 오은 시인님도 알 것 같은데, ‘만약은 없다’라는 응급실에 관한 이야기에요. 직접 응급실에서 환자들을 관찰하며 쓰신 책인데, 아마 마음에 드시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오은: 올해도 3개월 밖에 남지 않았어요. 앞으로의 계획을 여쭤 보고 싶은데요.

요조: 제가 원래 계획을 세우고 지내는 편이 아니라서.. 조용하게 살고 싶어요. 더 조용하게. 그렇게만 잡아두고 있어요.

오은: 오늘 다큐초이스 에서 수고해주신 요조씨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다큐초이스 토크가 끝난 뒤 참여해주신 요조씨께 개인적으로 소감을 여쭤보았습니다!
“오늘 뜻 깊은 자리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저도 영화제 아니었으면 못보고 살았을 수도 있는 좋은 영화들 볼 수 있어서 여러모로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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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홍보마케팅팀 자원활동가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1학년

김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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