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 <그 날> 정수은 감독 인터뷰, 잊혀진 그 날들의 기억을 다시 만나다.

20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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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목)에 있었던 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식 다음날,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된 <그 날>의 정수은 감독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낯설기만 한 단어 ‘분단’의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그리고 2015년 제작지원을 통해 완성된 작품의 제작과정과 장편 다큐멘터리를 마친 소감을 들어보았다. 인터뷰 내내 담담하게 이야기해준 정수은 감독에게 감사드리며 <그 날>을 통해 ‘분단‘의 역사를 뛰어 넘어 우리에게 잊혀진 역사를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 감독 정수은
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 <그 날> 감독 정수은

 

Q. 첫 장편 <그 날>이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어제 영화제 개막식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되었는데 영화제 참가 소감부터 부탁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영화가 상영되었는데 기분은 어떠했나?

첫 창편이자 할아버지의 이야기, 가족들이 나오는 영화이기도해서 나에게는 소중한 영화이다. 이 영화가 첫 장편이 되어 사람들에게 보여질 수 있다는게 신기하고 많이 기뻤다. 어제 개막식에서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더라(웃음). 어린친구들과 학생들도 많아서 걱정도 많이 했는데 영화 상영 후 중학생들에게 질문도 받아서 좋았다.

 

Q. 어떤 질문이였나 ?

어떻게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영화만들 때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이런 것들을 중학생 친구들이 물어보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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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One Warm Spring Day

정수은 Jeong Su-eun
Korea l 2016 l 83min l DCP l Color l World Premiere

 

Q. 장르가 다큐멘터리이기도 하고 소개가 소재인 만큼 관객을 의식을 하지 않을 수 없을것 같다. 관객이 어떻게 이 영화에 다가갔으면 하는가?

두 가지 생각이 있었다. 한 가지는 이 역사는 어렵고 낯설고 생소한 역사라서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것이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관객들이 이 부분을 조금… 견뎌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두 번째는 할아버지를 기억해가는 저나 저의 가족들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 역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이라는 기대가 있다. 이렇게 두 가지 마음이 있다.

 

 정수은
<그 날> 정수은

 

Q. 영화제 개막식 장소가 특별하다. DMZ라는 공간에서 <그 날>을 상영한 소감은 어떠한가 ?

‘북한과 가까운 곳이라 의미 있는 일이다’라고 생각했다. 할아버지 고향이 평안남도 성천군인데 가까운 곳에서 상영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Q. 작년 7회때 제작지원 신인작가부분에 선정되어 제작되었다. 지원 이유와 소감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선, 처음부터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제일 제작지원을 받고 싶었고 제일 상영하고 싶었다. 그래서 2014년에 제작지원 지원을 해서 피칭을 했는데 떨어지고 작년 2015년에 다시 지원을 하게 되었다. 제작기간은 2년 반에서 3년 정도 걸렸고. 작년에 이 영화제에서 제작지원 받으면서 영화 상영할 수 있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에 기뻤다.

 

Q. 제작지원을 받고 나서 변화된 부분들이 있었나?

제작지원을 받고 나서 변화된 점은 발표당시 한참 촬영을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후반작업까지 진행할 수 있는 제작비가 마련이 되어서 그 부분이 제일 도움이 컸던 것 같다.

 

Q. 감독님 자신도 젊은 세대에 속하지 않나. ‘분단’이라는 단어는 생소 할 수 있다.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에서 읽을 수 있는 분단이라는 의미는 어떠하다고 생각되는가?

주변에서도 낯설어하고 생소해 하고 금기시처럼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다른 분들은 분단에 대해서 너무 천진난만하게 말한다고 자주 말씀하신다. 2세대를 지나서 저는 3세대에 속하고 실제로 그 역사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저에게는 멀고 낯선 것은 맞다. 그렇기 때문에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와의 이야기 통해서 느낀 것인데 엄마에게는 어쩔 수 없는 벽과 편견이 있다. 남북관계의 아픔을 실제로 겪은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두려움이나 고통일 수 있는데 나는 그것에 대해 한 발자국 떨어져있더라. 그래서 오히려 다가가기가 더 쉬울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수은
<그 날> 정수은

 

Q. 영화전반에 걸쳐있는 인터뷰 장면은 할아버지의 주변인들을 통해 할아버지의 삶을 되짚어본다. 취재를 하는 감독의 입장인 동시에 할아버지의 손녀이다. 구분 짖지가 어려웠을 것 같다. 감정이 복잡 미묘했을 것 같은데 어떠했나?

그분들과 어쨌든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애정을 갖고 다가갔기 때문에 빠르게 가까워질수 있었다.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관계가 깊어지고 할아버지를 생각할 수 밖에 없었었는데 할아버지의 이야기도 내가 이렇게 들어줬더라면 좋았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계속 함께 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분들과의 인터뷰는 자신들의 역사를 증언하는 것이자, 저에게는 영화 내에서 저희 할아버지 이야기를 제가 들어주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는 것에 대한 재현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로 인터뷰가 계속해서 나오게 되는데 인터뷰를 보기가 힘들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에게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분들의 증언을 듣는 것, 제가 인터뷰하고 대답을 듣는 행위가 중요했다. 그래서 관객들이 들으면서 조금 힘들더라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영화를 만들면서 계속 생각했다.

 

 정수은
<그 날> 정수은

 

Q.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었던 이유가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영화에서 전반적으로 느껴지기는 하지만 배경을 설명해 줄 수 있나?

정치외교학 전공을 하고있었다. 한창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았던 상황에 있었을 때 였는데, 제 영화를 보면 신문이 나온다. 나는 그 신문을 그때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내가 17살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가족들이 어떻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지 말을 해주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를 모르고 있다가 이십대 중반쯤에 서랍에서 꾸깃꾸깃 접혀있던 그 신문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신문을 통해서 할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를 알게 되었고 할아버지의 역사가 단편적으로 신문에 나오는데 할아버지에게 그런 이야기가 있었구나 라는 것을 그 때 알게되었다. 충격적이었다. 그런 이유로 할아버지가 왜 그렇게 돌아가셨는지에 대한 이유와 역사에 대해서 알고 싶었고 이 역사를 조금 더 공부해 볼까? 이 역사를 글로 써볼까? 라는 생각들을 했다. 당시에 여러 진로 고민을 하면서 다큐멘터리를 한창 많이 보고 있을 때 여서 그러면 나도 영화를 만들어 보는 게 제일 좋겠다라고 생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보자! 라고 생각하여 학교도 다시 가면서 그렇게 시작을 했다.

 

Q. 다큐멘터리 작업 과정을 이야기 해줄 수 있나? 다큐멘터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기관을 찾아가고 어떤 자료를 수집했는지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프리 프로덕션 과정이 되게 길었다. 이 역사를 제가 이해하고 알아야 하는 게 첫 번째 일이였고 두 번째는 그 안에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느 지점에 있었는지를 찾아야 했었다. 특히 전쟁 포로나 반공 포로 같은 경우에는 공식적인 역사로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영상이나 사진을 아카이브하면서 스스로 이 역사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 후에는 이 역사 속에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찾아야 했다. 남겨진 기록이 많이 없어서 계속해서 할아버지를 기억하시는 분들이나 할아버지와 함께 포로 수용소에 계셨던 분들의 기억들을 통해서 할아버지의 장소를 계속 찾아가는 게 필요했었다.

그 다음에 이 역사를 영화로 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프리 프로덕션 과정이 길었다. 이러한 과정이 있고 난 후에 촬영이 진행되었다. 역사를 공부하고 정리하고 어떤 부분을 담아내고 할아버지가 어느 지점에 있었는지를 찾아야하는 과정이 되게 길고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정수은
<그 날> 정수은

 

Q. 장편 다큐는 보통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까지 간다고 들었다. 장편 작업을 끝낸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끝나면 후련하고 좋을 줄 알았는데 약간 우울하더라(웃음). 요즘에는 할아버지 이야기를 잘 한 걸까? 라는 생각이 계속 들고 있다. 시간이 많이 걸린 작업이기도 하지만 제가 스스로 많이 노력한 작업이기도 하다. 결국 작업 결과물이 나오면서 스스로에게 다행이다(웃음)? 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야기가 발현된 영화가 아직 없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는 어쨌든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둘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정수은
<그 날> 정수은

 

Q. 영화속에 나오는 어머니의 반응은 마냥 좋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감독님은 꿋꿋(?)하게 질문을 계속 하시더라. 영화를 보신 어머니의 반응은 어떠했나?

영화 촬영 내내 엄마랑 너무 힘들었다.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엄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는 상황에서 엄마의 답변을 얻기 위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게 많이 고통스러웠다. 답변하는 엄마도 고통스러워 했다. 우리 둘에게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는데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니 엄마도 할아버지의 역사를 같이 공부하려고 하시고 몰랐던 부분들도 알게 되셨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엄마의 마음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엄마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아픈 부분이지만 이제는 그 상처에 대해서 담담하게 말씀하실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 이유가 저의 영화 때문이라고 하기보다 영화속에서 엄마가 기억의 주체로서 드러나면서 그 과정이 엄마의 마음에 영향을 미쳤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한다.

영화는 엄마가 이번주 토요일에 보시게된다. 제가 아주 많이 긴장하고 있는데(웃음) 엄마의 반응은 저도 사실 많이 궁금하다. 트레일러는 보셨는데 완성본은 처음이다. 많이 걱정된다(웃음)

 

Q. 자주 받는 뻔한 질문을 하나 해야겠다. 앞으로 기대가 크다. 다음 작품은 어떤것인가?

할아버지를 매개로하여 만드는 다큐멘터리는 아마 더 이상 하지 않을 수도 있을것 같다. 전쟁이나 전쟁에 얽힌 기억이나 그런 이야기를 계속 해서 해 나갈 생각이다. 어떤 방향과 주제로 나아갈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기억을 이야기하고 기억을 이미지화 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공간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는 그런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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