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대 출품작이 접수 된 DMZ국제다큐영화제의 예심심사위원은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영화를 보고 작품을 가려내야 했다. 국제경쟁 예심위원을 맡아준 용인대학교 영화영상학과 허욱 교수, 다큐멘터리 연구자 이승민, 임세은 전 서울국제사랑영화제 프로그래머와 아시아경쟁 예심위원을 맡아준 최민아 인디다큐페스티벌 사무국장, 황미요조 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가 그들이 감상한 영화를 추천사와 함께 남겨주었다. 영화제 관계자 그 누구보다 많은 다큐멘터리를 본 예심심사위원이 추천하는 다큐멘터리, 믿고 골라 볼 수 있다. 다섯 명의 예심위원의 추천사와 추천작을 소개하기에 앞서 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이자 8회 영화제 공식 트레일러 연출도 맡은 허욱 교수와 다큐멘터리 심사과정,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국제 이슈에 관한 짤막한 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Q. 국제경쟁 예심위원을 맡아주셨습니다.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주제의 다큐멘터리를 정해진 시간내에 본 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인데요, 작년과 비교해서 국제적으로 새롭게 등장한 주제가 있었나요?
올해 출품작 수가 급증해서 예심 기간 동안 ‘저녁 없는 삶'(?)을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다큐멘터리들을 본다는 것은 그들의 역사, 정치, 경제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한편으로 행복했습니다.
주제적으로 보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쟁, 경제난 등으로 인한 비자발적인 이동이 워낙 많아지고 있어서인지 ‘이산’과 ‘난민’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이산의 현장을 목격하는 작품도 많았지만 이산의 근원과 이산 이후의 현상을 살펴보며 해결책을 찾으려는 작품도 많았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전통적인 분류법으로 다큐멘터리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확장된 형식의 다큐멘터리도 많아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극, 실험, 음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들과 자유롭게 교류하며 만들어 낸 새로운 형식에 대한 도전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역동성과 확장 가능성을 엿보게 합니다.
Q. 말씀주신 추천사들을 보면 마치 극영화를 볼 것 같은 기대감을 심어주는데요,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만이 전달 가능한 스릴러적 요소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는지요?
간단히 말씀 드리면, 극영화보다 재미있습니다. 은폐된 사건의 진실을 밝히거나 숨겨진 범인을 찾는 스릴러 형식은 다큐멘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입니다. 극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다큐멘터리의 사건은 작가의 상상력이 아닌 실제 존재하는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죠. 그래서 더욱 스릴감 넘치고 섬뜩하게 느껴집니다. <사랑의 덫>은 법정드라마 형식으로 미국의 중산층 동네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사건의 정체를 파헤치며 진범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정통 스릴러입니다. <시리아 러브스토리는> 격변의 소용돌이 속을 살고 있는 한 개인이 가족과 국가에 대한 사랑의 가치를 저울질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그 어떤 스릴러 영화에서도 보기 어려운 예측불허의 반전이 등장합니다. <뎁스 투>는 은폐된 과거사의 끔찍한 현장으로 관객들을 이끕니다.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지만 그들이 자행한 끔찍한 상황을 목도하는 것은 그 어떤 스릴러보다 더 큰 서스펜스를 느끼게 합니다.
Q. 간략히 세 작품 추천평 해주셨는데요, 덧붙여서 소개 해주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세 작품은 모두 재미와 더불어 많은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특히 극영화 준비하시는 영화인들이나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놓치면 후회하실 겁니다. 극영화하시는 분들은 흥미로운 시나리오 아이디어와 캐릭터를 제공받으실 수 있을 것이고,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구조와 형식의 실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장담합니다!
미국 시라큐스대학교에서 영화제작을 공부하고 현재 용인대학교에서 영화를 가르치고 있다. 등 극, 실험,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여 AFI-Silver Docs, 샌프란시스코국제영화제, 국제다큐멘터리 협회 등의 영화제를 통해 선보였다. 새로운 영화의 발견과 확산을 위해 DMZ국제다큐영화제, 서울국제실험영화제, 경기필름스쿨페스티벌 등의 영화제에서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허욱(국제경쟁 예심위원, 용인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 추천작
사랑의 덫 The Promise
카린 스타인버거, 마커스 베터 Karin Steinberger, Marcus Vetter
Germany, USAㅣ2016ㅣ131minㅣDCPㅣColorㅣAsian Premiere

“첫사랑에서 종신형까지! 디킨슨의 ‘두 도시 이야기’와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가로지르는 21세기 최고의 로맨틱 스릴러”
시리아 러브스토리 A Syrian Love Story
숀 매칼리스터 Sean McAllister
UK, France, Lebanon, Syriaㅣ2015ㅣ76minㅣDCPㅣColorㅣKorean Premiere

“시리아 사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가족의 오디세이아”
뎁스 투 Depth Two
오그옌 글라보니츠 Ognjen Glavonić
Serbia, Franceㅣ2016ㅣ80minㅣDCPㅣColorㅣInternational Premiere

“사건은 은폐할 수 있지만 기억은 지울 수 없다! 세르비아 다뉴브 강에서 발견된 정체불명 시신들. 역사속에 파묻힌 진실을 찾아가는 스릴러 다큐멘터리”
이승민(국제경쟁 예심위원, 다큐멘터리 연구자) 추천작
소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The Land of the Enlightened
피터-얀 드 푸에 Pieter-Jan De Pue
Afghanistanㅣ2016ㅣ87minㅣDCPㅣColorㅣKorean Premiere

“아프가니스탄 전쟁, 미군 철수, 폐허… 이런 키워드로만으로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하이브리드(hybrid) 다큐”
어느 독일인의 삶 A German Life
크리스티앙 크로네, 올라프 뮐러, 롤랜드 쇼르투퍼, 플로리안 와이겐즈미어 Christian Krönes, Olaf Müller, Roland Schrotthofer, Florian Weigensamer
Austriaㅣ2016ㅣ113minㅣDCPㅣB&WㅣAsian Premiere

“사람의 몸에 인생이, 세월이, 역사가 새겨져 있음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작품”
너무 많이 본 남자 The Man Who Saw Too Much
트리샤 지프 Trisha Ziff
Mexico ㅣ2015 ㅣ88minㅣDCPㅣColor/B&WㅣAsian Premiere

“멕시코 사진사의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저널리즘과 우리 자신을 마주하게 만드는 영화로, 재미와 반추가 동시에!”
임세은(국제경쟁 예심위원, 전 서울국제사랑영화제 프로그래머) 추천작
침묵을 찾아서 In Pursuit of Silence
패트릭 쉔 Patrick Shen
USAㅣ2015ㅣ81minㅣ DCPㅣColorㅣKorean Premiere

“평화와 침묵의 가치와 노이즈의 영향에 대한 명상적 다큐”
점프 Those Who Jump
아부 바카 시디베, 모리츠 시버트, 에스테판 바그너 Abou Bakar Sidibé, Moritz Siebert, Estephan Wagner
Denmarkㅣ2016ㅣ82minㅣDCPㅣColor

“난민캠프 안 아프리카 이민자의 위기와 역경을 뛰어넘으려는 놀라운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수작”
그레이스 오브 갓 Grace of God
크리스티앙 로줌피에르 Kristjan Loðmfjörð
Iceland, Polandㅣ2015ㅣ43minㅣDCPㅣColorㅣAsian Premiere

“인간과 길들여진 동물 사이의 미묘하고 복잡한 상호작용을 담은 울림이 있는 영화”
최민아(아시아경쟁 예심위원, 인디다큐페스티발 사무국장) 추천작
마지막 반란 The Last Insurrection
리야오 진엔화 Liao Jian-hua
Taiwanㅣ2015ㅣ63minㅣDCPㅣColor/B&WㅣInternational Premiere

“계엄령 해제 직후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통해 당시와 현재의 대만사회 개혁과 민주화에 대한 청년세대의 역설”
붉은 옷 Red Clothes
찬 리다 Chan Lida
Cambodiaㅣ2016ㅣ5minㅣDCPㅣColorㅣWorld Premiere

“세계화 시대의 경제발전과 성장 아래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의 초상과 투쟁”
훌리건 스패로우 Hooligan Sparrow
왕 난푸 Wang Nanfu
China, USAㅣ2016ㅣ84minㅣDCPㅣColor

“10대 여학생 성폭행 사건 은폐에 반기를 들고 국가폭력에 맞서는 용감한 여성들의 절실한 다큐멘터리.”
황미요조 (아시아경쟁 예심위원, 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추천작
마이 레그 My Leg
콘 서 모에 아웅 Khon Soe Moe Aung
Germany, Myanmarㅣ2015ㅣ11minㅣDCPㅣColorㅣKorean Premiere

“비일상의 일상적 감각. 평범한 이미지의 연속의 기괴함. 몇년 째 흥미로운 미얀마 양곤의 다큐멘터리”
델리에서 잠드는 법 Cities of Sleep
쇼네크 센 Shaunak Sen
Indiaㅣ2015ㅣ74minㅣDCPㅣColor/B&WㅣKorean Premiere

“인도 대도시 생태계 탐구. 카오스 속의 나름의 질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