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4월 고양정기상영회
<야근 대신 뜨개질> 관객과의 대화(GV) 기록
일시: 2016년 4월 27일(수) 20시 백석 메가박스 상영 후
참석: 박소현 감독
진행: 조정의민 (DMZ국제다큐영화제 프로그램팀)
지난 4월 27일 수요일 저녁 8시, 백석메가박스에서 고양 정기상영회 4월 상영작 <야근 대신 뜨개질> 상영 후, 박소현 감독과의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관객들과 함께 짧고 굵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현장을 들어보자.
DMZ국제다큐영화제 프로그램팀 조정의민(이하 진행): 안녕하세요. DMZ국제다큐영화제 조정의민입니다. 바로 관객 분들께 마이크를 넘겨서 질문이 있으시면 질문 먼저 받도록 하겠습니다. 음… 보통 처음엔 질문을 안하시죠ㅎㅎ 그럼 제가 먼저 시작을 여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 영화를 2년 정도 작업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처음에 어떻게 영화를 기획을 했고, 어떤 식으로 작업을 진행하셨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박소현 감독(이하 감독): 안녕하세요. 야근 대신 뜨개질을 만든 박소현이라고 합니다. 영화 속에 나왔던 주인공 친구들하고 저도 회사에서 같이 잠시 일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하는 일은 달랐지만 회사에서 운영을 하는 여행을 테마로 하는 대안 학교가 있었는데 저는 거기서 영상 수업을 하는 교사였어요. 근데 한 사무실에서 거의 매일 같이 야근을 하던 야근 동료들이었습니다. 제가 제일 먼저 퇴사를 했습니다. 근데 저는 시간강사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방문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맨 처음 내레이션에 나왔던 것처럼 나나가 우리가 뜨개질을 하려고 하는데 ‘재능을 서로 나누고 싶다. 너도 같이 할래?’라고 얘기를 했을 때, ‘그럼 나는 너희를 찍을까?’라고 얘기를 해서 이 영화가 시작이 되었고, 사실 처음에는 이렇게 재미있는 친구들을 보여줘야지 그러니까 30대 여성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었어요. 30대 여성의 이야기라고 하면 보통 결혼을 손꼽아 기다리는 골드미스에 대한 이야기 등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서 ‘이런 30대 여성들도 있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초점을 맞췄었는데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다가 결국 제가 퇴사를 하게 되는…그런 생각지도 못했던 대반전을 맞이하면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진행: 그렇군요. 혹시 관객 분들 중에 다른 질문 있으신가요? 없으시면 제가 한 질문 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재능을 같이 나누면서 시작을 하셨다고 했는데 영화를 보면 감독님은 카메라 뒤에서 기록자의 위치에 계시잖아요. 열차에서 유리창에 조금 비치는 것 외에는 없는 것 같은데, 영화를 만드시면서 감독님이 말씀하신 30대의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자신의 목소리를 영화 속에 드러내지 않고 작업을 하셨던 이유가 따로 있으신가요?
감독: 처음부터 저를 적극적으로 드러낼 생각은 없었는데요.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야기로 구성을 했었는데 실제로는 사실 제가 많이 찍혔어요. 저 친구들이 제가 카메라를 내려놓았을 때 저를 찍은 것들도 많았어요. 근데 제가 찍으면서 조금 힘들었던 건 저의 포지셔닝을 하는 데에 있어서 고민이 있었는데요. <야근 대신 뜨개질>의 멤버이기도 하면서 이것을 기록을 하려니까 내가 실을 만드는 게 중요한지, 카메라를 들고 찍는게 더 중요한지 늘 고민을 하면서 찍었는데, 사실은 저도 카메라 안으로 들어가서 그들과 수다를 떨고 밥을 먹는 장면들이 많이 있는데 저도 이제 한 개인으로 기록되어 나오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말씀을 하셔서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개입이 되었어요. 그런데 영화의 러닝타임을 줄이려다보니까 제일 먼저 제가 나오는 부분을 의도적으로 삭제를 하게 되었습니다.
진행: 저희가 길지 않은 시간이기 때문에 질문 있으신 분들은 손을 들어서 질문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관객: 생각지 않게 왔다가 굉장히 좋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너무 잘 보았는데요, 그 내용은 다 사실일거잖아요. 아까 회사 안에서 같이 퇴사를 하게 된 남자 분의 대사가 기억이 남습니다. 나나와 회사의 사고가 서로 각자 입장에서 맞는다고는 생각을 해요. 그러면 사회적 기업이라는 하나의 틀을 놓고 봤을 때 그 분이 말씀하시기를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면아래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나가면 그 자리를 계속 채워줄 것이라고 했을 때, 회사 측의 목소리가 더 커지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 것은 처음에는 염두를 하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그런 것에 대한 사고를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감독: 물론 명확한 방향을 가지고 만들게 되었는데요, 말씀하신대로 우리가 그만두고 나면 누군가 채운다는 것은 반드시 사회적 기업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원래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까 저때 일을 했던 동안이 제 인생에서 직장인 생활을 하게 된 유일 했던 곳이었거든요. 그 때 저도 퇴사를 하는 과정에서 제가 소모적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저도 처음에 입사를 해서 재미난 것들을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 나가게 되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회사는 내가 나가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사실 제가 그만두고 나서도 잘 지켜내고 있잖아요. 그러면서 제 자리에 제가 만들어놨던 것을 다른 사람이 인수인계를 받으면 또 다른 사람이 인수인계를 받고 이러는 과정이 제가 주체적이라는 느낌보다는 소모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제 친구들에게서 그런 공감대를 받을 수 있었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저도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친구들이 언제부턴가 뜨개질을 하지 않더라고요 ‘왜 하지 않느냐’라고 물었더니 친구들이 너무 바쁜 거예요. 매일 야근에 출장에… 그 때 그런 질문을 던졌어요. 어쨌든 회사는 똑같이 힘들지만 사회적인 가치를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라는 물음표를 던지게 되었고, 그러던 와중에 나나가 노조를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과정들이 뜨개질을 하는 과정과 굉장히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뜨개질의 과정은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 부분은 중간에 틀리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털실을 다시 풀어내고 된다는 것. 풀어냈다가 다시 시작해도 되고, 혹은 다른 것을 이어 붙여서 전혀 다른 것으로도 만들어낼 수도 있고, 내가 뜨던 걸 다른 사람이 이어서 뜰 수도 있는 모습들이 닮아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저에게 중간 중간 찾아왔던 반전의 상황들이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았다고 생각이 되어서 계속 연장선으로 고민을 하면서 만들었습니다.
진행: 다른 질문 있으신가요?
관객: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들이 직장인들이 흔히 주고받는 대화와 다르지가 않았어요. 영화에 나오는 분들이 저의 모습과도 닮아있다는 생각을 해서 공감이 되었는데요. 감독님이 느끼시기에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영화를 보면 좋겠는지 궁금하고요. 또 지금 나오신 분들이 뭐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감독: 일단 제가 2년 동안 이 영화를 만들면서 원래 친구들이기도 했지만 서로가 기대왔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저를 되돌아보게 되었어요. 저는 나나라는 사람이랑 다른 사람이거든요. 제가 맞닥뜨리기 힘든 상황이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조직이면 그‘냥 내가 떠나면 되지‘라는 생각을 해왔던 사람이에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말처럼 항상 그 상황을 피해오다가 나나는 ’이게 문제네 그럼 이걸 바꿔서 내가 좀 더 행복해져야겠다. ‘라고 하는 모습은 저로써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는데, 서로가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자극을 받고 생각하던 와중에 마지막에 ’자기 자신이 만든 옷을 직접 입는다. ‘라는 것에 대해 멘트를 넣은 것은 사실 저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어요. 제가 저에게 위로를 주고 싶었던 말이거든요. 그런 것을 보시는 분들도 계획대로 되지 않고 지속성도 떨어지고 할 때 저도 위로를 받았고, 관객 분들도 위로를 받았으면 했습니다. 편집을 하다가 들었던 생각은 제가 영화를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이유는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나만 실패를 한 것이 아니구나, 나만 패배자가 아니구나. 라는 죄책감들을 놓을 수 있으면 했어요. 앞으로도 그런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강하게 하게 되었고, 현재 제 모습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위로해주는 말이기도 했어요. 저는 공감으로 시작해서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게 잘 됐는지도 모르겠지만요ㅎㅎ주인공 나나는 재취업의 어려움을 겪다가 지금 다시 작은 사회적 기업에 취직을 했고요. 주희는 산티아고에 갔다가 돌아와서 나나랑 주희랑 기획자로서 책을 만들고자 했는데 다시 여행을 하고 있고요. 퇴사 자분들끼리 지금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거든요. 이기적인 여행 집단이라고 검색해서 보시면 블로그의 글을 보실수 있습니다. 저는 말씀드린 대로 에너지가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야근 대신 뜨개질>이 개봉을 준비 중이기도 한데 나중에 영화를 보시고 좋으셨으면 주변에 응원 말씀해주시고 리뷰도 남겨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