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청년다큐멘터리 공동제작팀 대만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참관기 및 작품에 대한 단상

201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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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난 워크숍을 마친 후, 아시아 청년 다큐멘터리 공동제작의 한국 참가자 최인아 학생은 대만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타이베이로 갔는데요. 최인아 학생의 대만영화제 이야기와 아시아공동제작팀의 일원으로서 본인이 만들려고 준비중인 다큐멘터리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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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DF (Taiwan International Documentary Film Festival) / 타이베이

작성자: 최인아

작성일: 2016.05.10.

기간: 2016.05.05- 2016.05.08.

장소 타이베이

작품: 아시아 청년 다큐멘터리 공동 제작 프로젝트

참가자격: 아시아 다큐멘터리 공동제작 한국팀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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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스트하우스에 붙어 있는 TIDF 포스터 –                                              – TIDF 오프닝 파티 현장 1 –

타이난에서의 워크숍을 마친 뒤, TIDF(Taiwan International Documentary Film Festival)에 참여하기 위해 다 같이 타이베이로 향하였습니다. TIDF1998년 창설되어 격년제로 열리는 대만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입니다.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진흥과 교류의 장을 넓히고 대만 관객들에게 보다 넓은 장르의 영화를 소개하겠다는 목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시아 다큐 공동 제작 프로젝트 팀의 일원으로써 영화제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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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막작 상영관 전경 –                                                      – Why Aren’t you Angry의 한 장면 _ TIDF –

올해 영화제의 개막작은 < 你怎麼不憤怒!野百合學運 / Why Aren’t You Angry (Wild Lilly Movement) >입니다. 본 영화는 1990,대만에서 일어났던 야생 백합꽃 학생 운동의 나날을 다루고 있습니다. 26년이 지난 지금 ‘Green Team’에 의하여 재편집된 그날의 긴박하고 뜨거운 나날들을 담은 푸티지들이 러닝타임 내내 이어집니다. 특히 본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뜨겁게 열변을 토하는 학생들의 모습이었습니다. 학생들은 단상에 올라가있는 누군가의 연설에 집중하기보다는, 바로 옆의 사람들과 둥글게 모여앉아 우리가 왜 이 운동을 해야만 하는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이야기하였습니다. 높은 단 하나의 단상이 아닌 수많은 낮은, 그래서 더 뜨거운 단상들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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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DF 개막 다음날, TIDF 사무실에서는 아시아 다큐 공동제작에 대한 미팅이 있었습니다. 우선 타이난 워크숍에서 정리된 각 팀의 다큐멘터리 내용과 향후 계획 및 일정에 대한 짧은 브리핑이 이루어졌습니다. TIDF측은 본 아시아 다큐 공동제작 프로젝트가 영화제 측의 목표에 부합하며, 따라서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컨택 할 것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아시아 다큐 공동제작의 프로세스는 소중한 경험이기 때문에 공유될 것이며, 향후 대만 내 다른 학생들이나 대학에서 교육을 할 때에 사용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마 본 프로젝트에서 완성된 작품이 상영이 된다면 본 영화제가 격년으로 개최되기 때문에 2018년에 TIDF에서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예산이나 제작 지원 그리고 학교와 영화제 측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향후 이루어져야할 것으로 보였지만 TIDF측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긍정적으로 보였습니다.

여행과 다큐멘터리에 대한 짧은 단상

한국 팀은 현재 아시아 다큐 공동 제작 프로젝트에서 여행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관광 산업의 매커니즘 속에서 소비되고, 소비하는 아시아가 주제입니다. 실제로 역사를 돌이켜보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태평양 휴양지들은 실은 태평양 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거치면서 미군의 R&R (Rest & Relaxation) 정책의 일환으로 개발된 곳들입니다. 태평양 휴양지들이 아름다운 파라다이스의 이미지와 섹슈얼한 이미지로 점철된 것은 비단 우연이 아닙니다. 아시아는 오래도록 서구 사회에 있어 진정한 이해의 시도가 결여된 채, 파라다이스의 이미지로 소비되어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날, 아시아는 결코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아시아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패키지 투어 산업을 통해 이 오래된 구조의 순환을 다룹니다.

 그러나 이렇게 이야기하면은 거창한 것이고, 실은 간단하게 이야기해서는 시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관광 산업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게 되고, 무엇을 보지 못하게 되는가의 이야기입니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몰디브의 관광 책자를 본다고 가정을 해봅니다. 우리는 관광 책자 속에서 몰디브의 아름다운 해변의 파라다이스를 발견할 수는 있지만, UN의 통계에 따르면 몰디브가 실은 기반 인프라가 부족하며 영양실조를 겪고 있는 5살 아래 아이들의 비율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비율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발견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하와이를 훌라춤의 이미지로 쉽게 소비할 때에도, 훌라춤이 실은 부족의 삶의 과정 속에 존재하는 제례 의식 중 하나이며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터부시 되다가 환영 인사쯤으로 오늘날 전락해버렸다는 것을 인식하기란 어렵습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다른 아시아를 소비해왔던 방식이고, 우리가 소비되는 방식입니다. 국제 자유도시를 표방하던 제주도가 오늘날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만 보아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관광산업과 여행을 다룬다는 것은 곧 시각의 이야기이고, 이해의 이야기이고, 관계 맺기의 이야기입니다. 그 속에서 이른바 TouristTraveler로서의 정체성 그 경계에서의 시도를 이야기하는 중입니다.

 실은 다큐를 잘 알지 못합니다. 오히려 아는 것이 더 이상할겁니다. 다만 다큐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스스로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과정쯤이라고 짐작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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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난국립예술대학 뒤편 호수/Wu의 아지트 –                              – 대만 원주민 핑푸족 마을 트래킹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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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 신에게 바치는 전통 인형극 –                                                    – 마을의  공동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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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크가 추천해준 화산 1914 문화공원 –                                – 화산 1914의 대만 아티스트 전시회 –

이번 워크숍은 스스로에게 있어서 그런 의미였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시각’으로 ‘태도’로 ‘관광’이 아닌 ‘여행’을 해보는 것이 목표이고 실험이었습니다.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실로 ‘여행자’로 존재해본 적 없다는 것이 상당히 아이러니했거든요. 그래서 매일의 워크숍 일정이 끝난 뒤 자유 시간 틈틈이 일부러 서툰 중국어로 말을 건네 물어물어 길을 찾아가고, 현지인이 추천해주는 장소에 가서 함께 밥을 먹고, 가장 낯선 음식을 사먹어 보고, 한국어가 쓰여 있는 가게는 일부러 피해보고, 현지인 틈 사이에 껴서 함께 전시회를 보고. 현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을 던지고. 관광지에서 벗어난 골목의 시장을 거닐다가 대만의 파고다 공원 같은 곳에서 어르신들이 장기를 두시는 것을 구경하고. 작은 물건조차도 디자인으로 사용된 한자어의 해석을 부탁한 뒤 뜻이 마음에 들 때에 구매를 하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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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의 날 아침, 타이베이 중심 사찰 룽산쓰의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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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룽산쓰 앞 공원에서 장기를 두시는 노인분들-                               – 공원 의자에는 장기판이 그려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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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오티엔 단골 식당의 튀긴 중국식빵과 두유 –                                              – 핑푸족의 전통 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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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룽산쓰를 벗어나 골목 –                                                     – 룽산쓰를 벗어난 시장 골목 –

이 실험들을 가능하게 해준 수많은 현지인분들과 그녀의 단골집에 데려가준 샤오티엔, 밤하늘의 별들이 쏟아지는 캠퍼스 옥상 아지트와 호수를 공유해준 우, 홈 비디오 아카이빙을 하고 있는 멋진 라라와 수줍은 이은, 타이완 음악의 아름다움을 소개해준 Liu Yu Han, Yeh Jui Chun, 게스트 하우스의 요크에게도 감사함을 표합니다. 물론 챙과 바오, 타쿠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험은, 시도는 서툴지언정 유효했고 덕분에 많이 배우고 느꼈습니다. 저는 원래 항상 여행을 가면 그 장소에 맞는 음악을 선곡하기를 즐겨하는 편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어쩌다 보니 잘 듣지 않았더군요. 타이난 학교 옥상에서 다 같이 맥주를 마시며 들은 키스 자렛의 음악과 룽산쓰에서의 천리지외를 제외하면 전무합니다. 그 공간의 소음조차 이미 음악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할 뿐입니다.

이제는 일상입니다. 여행지에서는 그들의 일상처럼 지내보려고 노력을 했는데, 이제는 다른 시도를 해볼까합니다. 다큐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처럼 일상에서 여행하기를 해보려합니다.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하기를 주저 않고, 사유하고, 새로움을 발견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 과연 언제까지 함몰되지 않고, 무뎌지지 않고 지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배우고 또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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