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영화와 문학에서 늙은 여인과, 그녀 혼자 기거하는 집은 종종 괴팍하고 을씨년스럽게 묘사된다. <위대한 유산>, <그레이 가든>, <선셋 대로>를 기억해 보라. 세상과 담을 쌓고 사 는 음울한 존재와 인적이 드문 피폐한 공간이 맞물려 기이함이 강조되기 마련이다. <유폐>는 태어나서 91살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 집에서 살았던 알지라의 마지막 순간들을 기록한 작품이다. 손자인 감독이 카메라에 담은 할머니의 모습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가정부가 씻고 먹는 것을 도와줄 뿐, 그녀는 혼자 조용히 앉아 신문을 읽거나 무언가를 골똘 히 생각한다. 프루스트의 『갇힌 여인』에서 제목을 따온 듯한 <유폐>의 또 다른 주인공은 그녀가 기거하는 집인데, 그녀를 시선 속에 가둔 주체가 남자가 아닌 집이란 게 차이점이 다. 집은 그녀를 가두는 것 외에 세상으로부터 보호하며 종래에는 기억하기에 이른다. 간혹 16미리로 찍은 푸티지가 삽입되기는 하지만, <유폐>는 대개 알지라에게 남아 있는 시 간을 묵묵히 기록한다. 그녀의 옛 기억을 들춰내기 위해 추억 어린 물건들을 나열하지 않으며, 시간의 무게를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 기나긴 한숨을 들려주지도 않는다. 대부분 불 을 꺼두거니와 유럽 주택의 특성 상 공간을 환히 밝히는 조명이 없는 탓에 집 전체가 깊은 어둠에 묻힌 것과 달리, 신경을 자극할 정도로 크게 녹음된 소리들이 공간을 휘젓는다. 움직이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데 씻고 청소하고 걷는 소리가, 거친 숨소리가, 문과 바닥이 삐걱대는 소리가 쉴 틈 없이 흘러나온다. 그래서 유령이 보이지 않게 여기저기 돌아다니 는 느낌을 준다. 그 소리들을 카메라가 주워 담는 것처럼, 집도 그것을 흡수한다. 알지라를 비롯해 공간 위에 있던 모든 것들이 사라져도 집은 모든 것들을 그 안에 품고 있을 것 이다. <유폐>는 공간과 인간이 나눈 오랜 사랑에 관한 특별한 기록이다. (이용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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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길 마타
André Gil MATA1987년 생 포르투갈 출신. 사진과 연극 방면에서 일하며 사진&영화 독립 스튜디오 Átomo47를 설립했다. <워터 아크>, <하우스>, <더 그레이브 디거> 등의 단편영화를 연출하였고 <유폐>는 그의 첫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이다. 현재 사라예보필름아카데미의 필름 팩토리 프로그램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The Gravedigger (2012)
Captivity (2012) House (2010)
Credits
- DIRECTOR André Gil MATA
- PRODUCER Joana GUSMÃO, André Gil MATA
- CINEMATOGRAPHER André Gil MATA
- EDITOR Tomás BALTAZAR
- SOUND André Gil MATA, Pedro AUGUSTO
PRODUCTION COMPANY
- PRODUCTION COMPANY Joana GUSMÃO
- E-mail cativeiro.mail@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