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당신은 한자 안(安)을 볼 때 무엇을 봅니까. 1.여자가 집 안에 있는 모양이니 그래야 모든 게 평안하다. 2.머리에 갓을 쓴 여자, 즉 신을 모시는 무당의 형상이니, 세상은 여자가 다스린다. 3.한자를 뒤집으면 마치 투신하는 여자의 모습이다. 한 때는 최대 공단도시였던 곳, 고대사와 현대사가 흥미롭게 맞물려 여전히 공존하는 곳, 물과 불의 비통한 죽음이 아직도 황천길로 떠나지 못한 곳, 안양. 한국 근현대사를 가로지르며 다큐와 픽션을 돌아, 여인들의 비극과 한, 그리고 여인들만의 생명력으로 도시 안양을 비추는 영화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는‘안양’이 한자 안(安)의 세 가지 의미 모두가 투영된 시공간이라고 생각한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몇 달 남겨두고 안양의 그린 힐 봉제공장에서 일어난 화재는 그 곳에 감금된 채 잠을 자던 여성 노동자 22명의 목숨을 빼앗아갔다. 영화는 이 여공들의 죽음을 중심으로 ‘안양’의 역사로 들어가, 안양사 발굴 현장, 안양천 수해 참사, 재개발 현장 등과 같은 현실적 사건들을 축으로 지극히 일상적인 삶의 풍경들과 신화적이고 초현실적인 기운의 이야기와 이미지를 직조해낸다.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안양이라는 도시를 떠도는 서글픈 죽음들에 대한 애도를 위한 것인데, 마치 황천길을 흘러가는 듯한 물소리와 뜨거운 진혼굿이 영화를 감싸 안는다.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는 삶과 죽음,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불균질하고 파편적인 이야기, 이미지, 사운드가 리듬감을 만들며 서로 타고 흐르면서, 상처입고 죽은 장소의 역사를 영화적활력으로 보듬고 되살려내는 신묘한 영화다. (남다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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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경
PARK Chan-kyung서울대학교미대에서 서양화를, 미국 칼아츠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주로 냉전, 분단과 전통종교문화를 다루는 사진, 비디오, 설치미술 등의 작업들을 해왔으며 2004년 에르메스 미술상을 수상했다. 첫 장편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는 2011년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박찬욱 감독과 함께 만든 공동연출브랜드 ‘파킹찬스’(PARKing CHANce)의 첫 작품인 단편 <파란만장>으로 2011년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았다.
파란만장 Night Fishing (2010)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 Anyang, Paradise City (2010)
신도안 Sindoan (2009)
비행 Flying (2007)
Credits
- Director 박찬경
- Writers 박찬경, 김영글
- Producer 김민경
- Cinematographers 지윤정, 박찬경, 최원준
- Editor 유성엽, 박찬경
- Music 강민석
- Sound 송영호
- E-mail diegorivera@paran.com
